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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드림걸즈] 부럽다!! 헐리우드!!
왕비네
2007. 4. 15. 14:15
<드림걸즈> 를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제쯤 헐리우드를 따라갈 수 있을까....아마 불가능하겠지.....'
나는 우리나라 영화가 헐리우드에 '꿀릴 것'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이다. 드라마, 코미디, 휴머니즘, 괴수 심지어 에로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영화 산업은 상당히 잘 굴러가고 있고 감독, 배우, 시나리오 역시 놀라울 정도로 양질의 수준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분야 '뮤지컬 장르' 에서는 뛰어난 감독도, 배우도, 시나리오도 전무한 것 같아 항상 좌절스럽다.
작년 충무로에서는 이른바 '영화 붐' 을 타고 드물게 세 편이나 되는 뮤지컬 영화가 탄생했었다. <다세포소녀><구미호가족><삼거리극장> 이 그러한 것들이었는데 <구미호가족> 은 졸작이었고 <다세포소녀> 는 너무 실험적이었다. <삼거리극장> 만이 대중과의 교착점을 찾으면서 한국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아쉬운 것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스타' 가 전무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영화 <드림걸즈> 는 나에게 '감탄' 과 '부러움' 을 동시에 가져다 줬다. '저렇게 좋은 배우들에, 좋은 노래에, 좋은 감독에, 좋은 시나리오를 모두 갖추고 있는 뮤지컬 영화가 헐리우드에는 존재할 수 있구나!' 라는 감탄과 부러움. 그 환상적이고 폭발적인 무대의 향연이 존재하는 영화 <드림걸즈> 를 함께 살펴보자.

<드림걸즈> 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배우' 들의 면면이다. 디나 역을 맡은 '헐리우드의 디바' 비욘세는 영화 전면에 나서며 뛰어난 외모, 몸매 뿐 아니라 가창력과 감정처리까지 '제 몫' 을 충분히 다해냈다. 화장끼 없는 '촌닭' 에서 드림즈의 '리드보컬' 이 되기까지 꿈과 욕망을 혼돈하며 달려가던 디나의 캐릭터는 비욘세가 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사실 <핑크팬더> 에서 '그저 그런' 에 멈췄던 비욘세가 <드림걸즈> 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나는 반신반의했었다. 60년대와 2000년대는 다르고, 2000년대 '핫 디바' 라는 비욘세가 과연 얼마나 '드림즈' 를 보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그녀는 너무나도 완벽하고 찬란하게 '디나' 를 연기해냈다.
"비욘세는 자진해서 오디션을 치뤘다. 사실 참가자는 그녀뿐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전날 직접 준비한 의상을 갖춰 입고 카메라 테스트도 했다. <드림걸즈> 공연 테이프를 구해 동작을 똑같이 연습했고,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는 배우인지를 보여줬다. 처음에는 그녀가 '디나' 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녀의 연기는 훌륭했다. 모두들 눈앞에서 그녀의 모습을 봤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감독 빌 콘돈)
"비욘세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배우다. 그렇게 이쁘고, 그렇게 노래 잘하고, 그렇게 연기 잘하는 사람이 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배우 에디 머피)

그러나 이 작품에서 자신의 '진가' 를 확실하게 보여준 사람은 비욘세가 아닌 에피 역을 맡은 '제니퍼 허드슨' 이다. 건방지고 도도하지만 그만큼 여린 내면을 가지고 있는 에피는 제니퍼 허드슨의 폭발적인 가창력에 힘입어 작품 전체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로 탄생했다. <아메리칸 아이돌> 의 그녀가 <드림걸즈> 의 '에피' 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특히 에피가 믿었던 동료들과 동생,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에게까지 버림받고 처절한 목소리로 내지르는 <It's All Over> 와 <And I'm Telling You I'm Not Going> 은 이 영화에서 가장 눈부신 장면 중 하나다. 비욘세, 애니카 노니 로즈, 제이미 폭스, 케이스 로빈슨, 샤론 릴의 노래를 번갈아가며 받아치는 제니퍼 허드슨의 격정과 그 후로 이어지는 처절한 감정 표현은 15분이라는 긴 시간을 1분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 장면에서 에피는 처절하면서도 애달프게 커티스르 찾는다. 그녀가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사실 노래 가사가 아니라 그녀의 목소리 자체였다. 목소리야말로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곡이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다." (감독 빌 콘돈)
"제니퍼에겐 스크린 테스트나 마찬가지인 첫 작품인데도 3일 만에 공연 장면 촬영을 끝냈다. 모든 게 낯설었을테지만 그녀는 '에피' 의 목소리를 가졌고 그걸로 충분했다." (감독 빌 콘돈)
"제니퍼의 그 노래 장면은 촬영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꼬박 일주일이 걸린 대작업이었다. 제니퍼의 노래는 물론이고 세트나 소품들도 많이 필요했다. 굉장히 힘든 일이라 가끔은 쉬어야 할 때도 있었다. 여러번에 나눠 찍기는 했지만 마지막 촬영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제니퍼는 텅 빈 극장을 바라보며 혼자 조명을 받고 있었고 촬영이 끝났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 내가 드디어 끝이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며 나를 껴안았다." (감독 빌 콘돈)
"<아메리칸 아이돌> 무대는 화려했지만 잠시뿐이었다. 그건 내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내 꿈은 바로 이것이고, 지금 나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다. 어떤 면에서 나는 내 캐릭터 에피처럼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지만, 거기서 내리고 난 지금 내 감정과 꿈에 한 걸음 더 깊이 다가간 느낌이다." (배우 제니퍼 허드슨)


비욘세와 제니퍼 허드슨 못지 않게 제이미 폭스와 에디 머피 역시 제 역할을 다 해낸다. 오스카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상당한 연기력을 지니고 있는 제이미 폭스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드림즈를 이용하고 결국은 빠져나올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커티스 역을 실감나게 연기해 냈고 상대적으로 연기 경력이 일천한 비욘세와 제니퍼 허드슨의 균형을 확실히 잡아줬다.
아마 제이미 폭스의 농익은 '악역' 연기와 그 매력적인 미소가 없었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반감 됐을 것이다. 비욘세와 어울려 <When I First Saw You> 를 부를 때 커티스가 '선' 과 '악' 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창조' 된 것은 순전히 제이미 폭스의 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제이미 폭스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에디 머피다. 그의 코미디 영화를 자주 보았으나 한번도 그가 '배우' 라고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은 그가 그저 그런, 판에 박힌 코미디를 자주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드림걸즈> 에서는 '코미디' 뿐 아니라 '드라마' '뮤지컬' 면에서도 그가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입증해 보였다.
빌 콘돈까지 놀라게 한 에디 머피의 연기는 우리에게도 놀라움의 연속이니 <드림걸즈> 를 볼 때면 꼭 그에게 집중하기를.

배우만큼이나 <드림걸즈> 에서 빛나는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다. <갓 앤 몬스터> 로 오스카 최우수 각본상을 받고 <시카고> 로 오스카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빌 콘돈은 시나리오에 연출까지 맡으면서 한 편의 '걸작' 을 완성해냈다.
혹자는 <드림걸즈> 를 두고 내용이 에피소드식으로 나열되어 있다고 비평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이 작품의 특징을 몰라서하는 소리다. 이 작품은 '영화' 라기 보다는 한 장면이 지나가면 무대가 돌아가면서 새로운 무대가 펼쳐지는 뮤지컬의 특성을 더욱 닮아있다. 뮤지컬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영화의 특성에 완벽하게 접목시킨 그 수완은 혀를 내두를 정도.
특히 '드림메츠' 가 '드림즈' 로 변화하면서 등장 인물들에게 느껴지는 묘한 감정 변화는 빌 콘돈이 아니라면 표현할 수 없었을 세심한 면이 돋보인다. 시골 촌뜨기에서 전 세계를 휩쓴 '스타' 로 발 돋움하는 과정 속에서 그녀들은 꿈과 욕망,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한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그녀들이 과정이 어떠했던건 간에 '꿈' 을 좇는 과정에 있었으며 노래로 '자아' 를 찾아가고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커다란 주제의식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개성을 장악하고 스토리를 리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무 작품에서나 보이는 것도 아니다. 빌 콘돈만이, <드림걸즈>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 이다.

그러나 빌 콘돈은 '드림즈' 를 통해 '꿈' 을 이야기 하는 동시에 제이미 폭스가 맡은 커티스를 통해 냉혹한 쇼 비지니스 세계 '현실' 의 단면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백인' 들의 음악적 차별에 피해자처럼 보였던 커티스와 제임스, 그리고 드림즈는 본격적인 '주류' 로 올라서면서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가해자' 로 변해간다.
제임스(에디머피) 는 커티스와 손을 잡고 자신을 발굴하고 키운 대니를 '헌 신발짝' 처럼 버리지만 결국 그 역시 믿었던 커티스와 로렐에게 버림받는다. 디나 역시 성공을 위해 오랜 친구인 에피를 버리지만 종래에는 커티스의 '꼭두각시' 로 전락한다. 에피는 커티스와 디나, 동생 씨씨에게 배신 당하지만 나중엔 커티스를 궁지에 몰아 넣으며 다시 가수로 부활한다.
이러한 '구조' 에서 볼 수 있듯이 빌 콘돈이 제시하는 '현실' 은 스스로가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되는 '삶' 그 자체다. 그들은 끈질기게 현실에 타협하면서 성공을 꿈꾸지만 결국 커티스의 말처럼 "음악이 파는 것" 으로 전락한 것을 깨닫게 됐을 때 절망하고 좌절한다. 빌 콘돈이 이 영화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은 "꿈을 좇다보면 자아를 찾을 수 있게 될까. 그렇다면 꿈을 위해 현실과 타협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뮤지컬 영화가 '노래' 와 '쇼' 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긍정적 시각의 확산까지 도래해 있다면 이것은 박수를 쳐줘야 옳지 않겠는가.

몇몇 아쉬운 점이 없었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드림걸즈> 는 헐리우드만이 탄생시킬 수 있는 '뮤지컬 영화' 의 진수를 보여줬다. <사랑은 비를 타고><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메리 포핀스><사운드 오브 뮤직><그리스><물랑루즈><시카고> 등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헐리우드 뮤지컬 영화는 <드림걸즈> 를 통해 그 '저력' 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엄청난 가창력을 지닌 배우들의 열연과 빌 콘돈의 뛰어난 연출력, 에너치 넘치고 화려한 무대 속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 철저한 고증을 통한 60~70년대 미국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대한 실감나는 재현까지 모두 갖춘 이 영화, <드림걸즈>!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분명 후회할지 모른다. 지금 당장 약속을 잡고 <드림걸즈> 를 보러가는 것은 어떠할런지.
출처 : ♤끄적끄적 이야기♤
글쓴이 : 승복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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